Goya : Perro semihundido

2011.02.19 02:42 | Posted by Nestari


Francisco de Goya, Perro semihundido (o, más simplemente, El perro)
1819-1823
Museo del Prado, Madrid

프라도 미술관 갔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림이다.
예전에 갔을 때에는 이 그림을 봤던 기억이 없었다. 그 때는 처음이라 주로 유명한 그림들만 주의깊게 봐서 그랬는지..
작년 여름에 두 번째 갔을 때에는 열차시간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아서 몇몇 방만 골라서 봤다.
각 방마다 사람들이 꽤 있었고, 유명한 그림들 앞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.
그런데 사람이 한 명도 없이 텅 비어있던 방이 있었다. Goya의 Pinturas negras(black paintings) 그림들을 전시해 놓은 방이었다. 들어가보니, 벽 색깔도 어둡게 칠해져 있고, 이전까지는 각 그림 옆에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그림 설명이 쓰여 있었는데, 이 곳에는 스페인어 설명만 붙어 있었다. 감상하는 다른 사람들도 없고,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,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곳의 그림들을 오랫동안 둘러봤다. 왼쪽부터 쭉 보며 몇몇 유명한 그림들도 봤고, 예전에도 본 기억이 나는 Saturno도 있었다. 그런데 그 그림 바로 옆에, 이 그림이 있었다. 그 때 이 그림을 처음 봤는데, 이 그림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.  윗부분에 넓게 깔린 황토색 빛은 뭔가 우울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을 주었고, 아래쪽의 짙은 갈색 무더기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으며, 그림의 제목임에도 그림 전체의 1%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개의 반쯤만 보이는 표정은 뭔가에 꽉 붙잡혀 저항할 수 없어 절망적이면서도 공허한 것처럼 보였다.
나중에 돌아와서 책들을 찾아보니, 아래의 짙은 더미는 개를 집어삼키는 모래무덤같은 것이라고 했다. 즉 이 개는 모래더미에 휩쓸리며 파묻혀 죽어가는 것이다. 벗어날 수 없는 힘에 의해 다가오는 죽음은 이런 느낌일 것 같기도 하다. 개의 반쪽 머리는 위를 향하고 있는데, 그가 바라보는 위의 누런 빛은 더할나위 없이 무기력하게만 보인다.
이 그림을 그 방에서 본 그 순간은, 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,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다. 이 그림을 다시 오랫동안 감상하고 싶기도 하고, 내가 기억에 남기지 못한 많은 그림들을 보러 다시 프라도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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